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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로봇 그리퍼를 들었을 때 금속 또는 플라스틱과 같이 단단한 물질로 만든 산업용 그리퍼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반면에, 소프트 그리퍼는 기존의 그리퍼와 달리 실리콘과 같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서 만든 그리퍼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소프트 그리퍼는 재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특성이 적용된 모든 그리퍼를 말한다. 예를 들어, Hirose et al. (1978) [1]가 제시한 소프트 그리퍼는 부드러운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멀티링크(multi-links) 구조를 사용하여 그리퍼가 물체 형상에 따라 감쌀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소프트 그리퍼가 왜 개발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있는 그리퍼에 대한 요구사항들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집는 동작에 따른 각 요소의 상관 관계를 나타낸 의미망 (semantic network)

 

  산업용 그리퍼는 로봇팔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로봇팔은 그 등장 이후에 공장 내 생산 공정을 맡게 되었고 물품들을 옮기거나 가공하기 위해 엔드이펙터(end-effector)나 end of arm tooling(EOAT)이 개발되었다. 그리퍼는 물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집고 들어서 옮기는데 특화되어 있다. 그러나 하나의 그리퍼는 다룰 수 있는 물체의 종류가 국한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작업을 수행할 것인가에 따라 그리퍼가 선정된다 [2]. 그러나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 다양한 고려 사항들과 그 상관관계들로 인해 어떤 그리퍼를 선택하면 된다고 완전히 요약하는 것은 어렵다. (그림 1) 만약 그리퍼의 작동 방식이 정해졌다 할지라도 좋은 그리퍼가 가져야 하는 특성은 또 따로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그러한 특성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다양하다 (1).

 

표 1 좋은 품질의 그리퍼가 가져야 하는 특성
· 수행된 작업에 대한 그리퍼 구조의 최적 조정
·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부품을 집기 위한 큰 조정 범위 및 옵션
· 물체 변위에 대한 신뢰성
· 최적의 그립력 경로 특성
· 적은 링크와 관절 개수(적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 작은 설치 공간과 무게, 강인함
· 간편한 서비스가 결합된 높은 신뢰성
· 물체를 집고 있는 중에 물체에 손상과 변형 방지
· 충분히 높은 물체 위치 정확도
· 좋은 내마모성
· 단순한 조작과 짧은 구동시간
· 물체의 무게, 모양, 그리고 크기에 따른 다양한 파지 전략
· 서로 가까이 있는 물체 중 원하는 물체를 잘 선택할 수 있는 능력
· 빠른 그리퍼 교환
· 물체 무게에 따른 힘 조절의 다양성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리퍼는 사실상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퍼의 사용 목적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용 그리퍼는 공장에서 다루는 제품의 종류에 따라 그 형태가 정해져왔다. 보통 두 개의 그리퍼 손가락이 서로 평행하게 바라보는 형태를 사용하고 각 손가락은 그리퍼가 다룰 물체의 특성에 맞춰 세부적인 설계가 달리 적용된다. (그림 2) 이렇게 만들어지는 그리퍼는 목표로 하는 물체에 대해서 견고하게 파지 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물체의 종류에 따라 그리퍼를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림 2 손가락의 개수와 접촉 지점에 따른 그리핑 방식

 

  한 편, 소프트 그리퍼는 협동 로봇 개념의 등장과 서비스 로봇 및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영역(농업, 식품산업 등)에서 사용되기 위한 기술적 요구 사항들에 의해 그리퍼를 부드럽게 만들어 협동하는 사람 또는 다루는 물체가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도되었다. 소프트 그리퍼 관련 연구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물체 형상에 그리퍼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감쌀 수 있는 특성의 장점이 밝혀지고 부드러운 특성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면서 새로운 적용 분야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재료적 또는 구조적 측면에서 부드러운 특성은 기존에 생각하던 그리퍼 만큼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재료가 갖는 낮은 강성으로 인해 물체를 쥐는데까지 성공하더라도 물체를 들어 올리는데 필요한 힘이 부족해 가벼운 물체만 다룰 수 있다거나, 로봇팔의 급격한 움직임이나 외부와의 충돌과 같은 외란에 의해 그리퍼가 쉽게 흔들리고 물체를 놓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처럼 부드러운 특성으로 인한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 있기 때문에 소프트 그리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해결하고자 하는 부분을 특정하여 문제를 좁혀서 해결하고 있다. 물론, 모든 연구 방향은 소프트 그리퍼의 성능 향상이라는 큰 흐름에서 똑같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굉장히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으므로 이 글에서 다 살펴보기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요소 중 하나인 파지 견고성 관점에서 소프트 그리퍼 연구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파지 견고성이란 그리퍼가 집은 물체가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기준이다. 그래서 파지 견고성을 나타내는 단위로 N/㎜ 를 사용한다. 파지 견고성이 높으면 그리퍼가 물체를 집은 이후 들어 올리고 목표 위치에 놓는 과정에서 물체를 놓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그리퍼 안에 위치시킬 수 있다. 높은 파지 견고성을 위해서 단순히 그리퍼 손가락이 물체에 가하는 힘을 증가시키게 된다면 물체 특정 부위에 가해지는 힘이 집중되면서 물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이는 변형이 쉬운 물체를 다룰 때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리퍼의 손가락이 물체와 닿는 면적을 키워야 하는데 기존의 평행한 형태의 그리퍼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 Terrile et al. (2021) [3]은 손가락의 자유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물체를 감싸고 강인한 그리퍼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에선 총 네 가지의 소프트 그리퍼를 제작하여 12개의 물체와 3가지 환경 조건 속에서 그리퍼 성능을 측정하여 비교했다. 각 그리퍼는 Soft Robotics사의 공압식 그리퍼, Empire Robotics사의 jamming 방식의 그리퍼 Versaball, 다관절 구조에 케이블 방식의 그리퍼, 그리고 FESTO사의 MultiChoiceGripper이다. (그림 3)

 

그림 3  [3]에서 사용된 그리퍼. (좌측부터) Soft Robotics사의 공압식 그리퍼, Empire Robotics사의 Versaball, 케이블 구동식의 다관절 그리퍼, 그리고 FESTO사의 MultiChoiceGripper.

 

  첫번째 그리퍼는 그리퍼의 손가락이 [4]의 형태를 따른다. 손가락 내부는 챔버로 되어 있어서 높은 압력의 공기가 유입되면 손바닥 안쪽으로 굽힘 움직임을 보이고 챔버 내 공기를 제거해 진공 상태로 만들면 바깥 방향으로 약간의 굽힘 움직임이 가능하다.

 

  두번째 그리퍼는 [5]의 형태를 따른다. 부드러운 소재의 주머니에 미세한 입자 또는 작은 알갱이를 채워 넣어서 그리퍼를 구성한다. 평소에는 부드러운 상태로 있다가 내부에 공기를 모두 제거하면 입자 간 거리가 최소로 되면서 고체 같은 특성을 띄게 된다. 이 원리를 사용하여 임의의 형상을 가진 물체 표면과 접촉 면적을 최대로 할 수 있고 내부에 공기를 제거하여 물체 형상대로 굳어서 물체를 집을 수 있다.

 

  세번째 그리퍼는 단순히 관절의 개수를 늘린 것이다. 각 손가락은 케이블이 삽입되어 움직인다. 세 개의 손가락이 모두 동시에 움직일 수 있도록 손바닥 부분에 있는 도르래에 케이블이 한꺼번에 감겨 있다.

 

  네번째 그리퍼는 물고기 꼬리에서 파생된 Fin Ray® Effect가 적용되었다 [6]. 각 그리퍼 손가락은 물체 형상에 맞춰서 수동적으로 변형이 일어난다.

 

  위 네 가지 그리퍼에 대해서 실험한 결과 4, 1, 3, 2 순서로 성공률이 높았다. 그 이유는 네번째 그리퍼가 임의의 물체에 대해서 항상 접촉 면적을 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접촉 면적이 파지 안정성을 높여줄 수 있고 높은 성공률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번째와 세번째 그리퍼도 물체와의 접촉 면적을 크게 할 수 있는 유리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공률을 보여주었다. 두번째 그리퍼 같은 경우에는 그리퍼의 직경의 50% 정도 이내인 물체에 대해서 유효한 성능을 보일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세번째 그리퍼는 접촉 면적 자체는 크게 만들 수 있으나 힘의 크기가 약했기 때문에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물체를 놓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서 단순히 접촉 면적이 높이는 것으로는 좋은 그리퍼를 만드는데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접촉 면적이 확보되고 물체에 가할 수 있는 힘의 크기도 보장되어야 안정적인 물체 파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파지 견고성이 좋은 그리퍼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리퍼를 선정하는 것은 그리퍼의 사용 목적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좋은 그리퍼의 기준이 되는 파지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리퍼와 물체 사이의 접촉 면적이 넓어야 한다는 것과 그리퍼가 물체에 가할 수 있는 힘의 크기가 커야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기존의 딱딱한 그리퍼보다 소프트한 그리퍼가 유리하기 때문에 소프트 그리퍼를 고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프트 그리퍼는 부드러운 특성으로 인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하게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Reference

[1] Hirose, Shigeo, and Yoji Umetani. "The development of soft gripper for the versatile robot hand." Mechanism and machine theory 13.3 (1978): 351-359. https://doi.org/10.1016/0094-114X(78)90059-9

[2] Gareth, J. M. et al. (2006). Robot Grippers (pp. 63-65) (1st ed.). Wiley-VCH.

[3] Terrile, Silvia, Miguel Argüelles, and Antonio Barrientos. "Comparison of Different Technologies for Soft Robotics Grippers." Sensors 21.9 (2021): 3253. https://doi.org/10.3390/s21093253

[4] Mosadegh, Bobak, et al. "Pneumatic networks for soft robotics that actuate rapidly."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4.15 (2014): 2163-2170. https://doi.org/10.1002/adfm.201303288

[5] Brown, Eric, et al. "Universal robotic gripper based on the jamming of granular materi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44 (2010): 18809-18814. https://doi.org/10.1073/pnas.1003250107

[6] Pfaff, Ondrej, et al. "Application of fin ray effect approach for production process automation." Annals of DAAAM & Proceedings 22.1 (2011): 1247-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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